엔딩 볼때까지만 하는 오프라인 게임이 아닌 엔드리스 온라인 운영 게임이라면 역시 반복 플레이 컨텐츠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최근 벽람하고 대항해의 길을 깔짝대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정론은 아니겠지만 개취로는 그 반복 행위가 납득 가능한 의미를 주느냐가 중요하게 생각된다.

벽람은 소전처럼 스테이지 난이도 허들에 걸리면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레벨링과 파밍을 통해 허들을 넘어간다. 그리고 3성 달성 목표 자체가 같은 스테이지를 n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적함대 격파 숫자로 설정되어 있어 반복 플레이가 디자인 의도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반복이 의도된 디자인이라는 단서를 주고는 있지만, 선형으로 진행되는 스테이지를 굳이 반복한다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어서 거부감이 든다. 모바일 ARPG류가 캠페인 반복 플레이로 경험치 올리는 거랑 비슷하지만, 사실 이 느낌은 디아블로1~2의 올드함이라 거부감이 크다.

반면 대항해의 길은 마치 PCMMO가 그러했듯, 30레벨이 될 때까지 메인 퀘스트를 책보듯 쭈욱- 따라가는 형태로 구성된다. 컨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이같은 일회성 컨텐츠를 선형으로 배치하는 것은 이미 십수년 간 검증된 디자인이니 특기할만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30레벨이 되는 순간 플레이 패턴이 돌변하게 되는데, 처음 말하고자 했었던 "납득 가능한 의미 있는 반복"처럼 포장된 서브 퀘스트를 던져주기 시작한다. 소속된 국가에서 연안의 치안을 위해 함장들에게 지시하는 온갖 서브 퀘스트가 제법 그럴싸한 할일처럼 다가온다.

5년 쯤 전에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중에, "온라인 게임에서 반복 플레이는 지루함을 주기 쉬운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라는 게 있었다. 당시에 나는 "마비노기의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면서, 애초에 현실 세계에서 납득할 수 있는 노동 자체로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복 컨텐츠는 결국 일종의 "노동"과 같다는 건 개발자도 게이머도 이미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덮어두려하기 보다는, 차라리 좀 더 납득 가능한 형태로 "당신이 왜 일을 해야하는지"를 서사적으로 납득시켜주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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