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로 정신이 없어서 정산할만한 플레이를 한 것 같지 않은 생애 첫 해인 것 같다.

하지만 쭉 해오던 연말 스케쥴을 거를 순 없으므로, 기억을 쥐어짜내 있는 힘껏 정리해보는 2017, 올해의 게임!



모바일 부문


올해는 유독 모바일 게임을 잔뜩 플레이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모바일 라이브 프로젝트를 담당하다보니 레퍼런스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모바게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도 이것저것 설치해봤던 것 같다. 올해는 다른 플랫폼에 적을만한 타이틀이 적으니, 플레이 비율이 높았던 모바일 부문에서 선정작 이외에도 주목해볼만한 요소들을 가진 여러 작품들을 다뤄보도록 한다.


1. 대건물주 : 건물주 키우기

(FreeDev.)

흔한 아이들링(방치형) 장르의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플레이를 시작하고 나서 적잖이 충격을 받게 됐다. 원래 아이들링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게임의 메타포인 "건물주가 돈을 불려나가는 방법"이 굉장히 담백하게 시스템으로 녹아있었다. 부동산에 대해 아는 바는 부족하지만, 적어도 미디어가 제공하는 간접 경험이라는 맥락에서 "아, 건물주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게 됐다는 부분이 이 게임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미연시의 요소처럼 우연한 이벤트를 통해 만나는 가상의 인물들과 관계를 이뤄가는 부분도 꽤나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나중에는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뻗어나가 건물주가 세계를 구하게 된다는 내용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상사에게 갈굼당하며 열심히 탭탭탭탭 해서 푼돈 받는 월급쟁이 생활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본격 건물주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초반의 몰입감은 현대를 살아가는 서글픈 샐러리맨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된다. 나도.. 나도 우연히 구해준 할머니가 건물 하나 선물해주셨으면..


2. 리니지M

(NCSOFT)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사는 역시 리니지를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유행하는 플랫폼이 변경될 때마다, 이전 플랫폼의 패자들이 이식 또는 리메이크라는 이름으로 새 플랫폼의 왕좌를 집어삼키는 일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 이 게임이 개발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그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기록들로 모바일 시장의 왕좌를 차지해버렸다. 사실 GDF 등에서도 예전부터 "모바일 플랫폼에 어울리는 MMORPG는 기존 MMORPG와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 바탕은 주 이용 플레이어들의 구성이나 디바이스의 제약 같은 많은 내용들이 달라졌을 거라는 합의된 전제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모든 예상을 비웃듯, "리니지는 그냥 리니지일 뿐이야"라며 리니지 원작과 거의 흡사한 물건으로 한반도를 강타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선진 문물로 여겨지는 중국산 모바일 MMORPG라는 기틀 위에 리니지2라는 IP를 얹어 작년 말 크게 히트한 리니지2 레볼루션도 놀라웠지만, 뭐랄까 이쪽은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느낌으로 더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줬달까.

실제 플레이를 해보니 원작을 플레이하던 그 느낌이 꽤 충실히 재현되어 있어 놀라웠다. 그 와중에 모바일 플레이에 어울리게(또는 원작에서 외부 프로그램....의 힘과 비슷한) 오토 플레이나 아이템 핫키가 지원되니 꽤나 편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와서 핸드폰을 붙잡고 다시 리니지를 하라기엔 너무 많은 게임을 알아버렸다.."는 입장이라 오래 즐기지는 못했지만,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은 든다.


3. 소녀전선(Girl's Frontline)

(MICATEAM)

함대콜렉션, 통칭 칸코레를 베이스로 한 많은 게임들이 개발/서비스 된다는 이야기는 건너건너 듣고 있었지만, 당시 VPN의 압박과 언어의 압박으로 인해 본편인 칸코레도, 그를 위시한 다른 유사 타이틀도 접해보지 못한 채 한참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SNS 프로모션으로 어여쁜 캐릭터 일러스트를 앞세운 소녀전선이라는 총기 모에화 게임이 사전 예약을 한다기에 습관처럼 신청하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출시 이후에 게임을 시작해보고 적잖이 놀라웠다.

우선 수집형 게임이라면 거의 확산성 밀리언 아서 이후에 제대로 붙잡고 해본 적이 없다보니, 미카팀의 수려한 일러스트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밀덕이 아니라 총기나 군용 장비들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해당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총기의 역사나 재원 따위는 1도 관계 없이, 그저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을 덱에 채우면서 즐겁게 플레이를 해나갔다.

지금은 이미 지겨울 수도 있을 "인게임 화폐를 통한 가챠 제공"이라는 모델도, 당시에는 꽤나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모바일 가챠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이 게임 정말 이렇게 해도 장사가 되는거야?"라는 원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또한 인게임의 전략 요소도 수준급이었다. 전투 자체는 자동 전투가 베이스고 쿨타임마다 스킬을 사용해주는 방식인 도탑전기 식 모델이지만, 전장의 말판 이동 부분이 굉장히 고전 SRPG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주기적으로 거점에서 보급을 해줘야만 전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과 아군 소유의 헬리포트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부분 덕분에 제대 하나 하나를 옮기는 재미가 뛰어나고, 여기에 기반해 3성 조건인 "n턴 이내에 n개체 이상의 적을 섬멸하고 n거점 이상 점령 후 승리"라는 몹시 까다로운 퍼즐을 풀어내는 부분도 꽤나 만족스러운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게임의 한계돌파와 같은 "제대확장(a.k.a. 링크)" 시스템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한계돌파란 말 그대로 같은 캐릭터를 추가로 투입해 성장 한계를 끌어올리는 "일반적인 수직성장형 모델"의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 한 기의 성능이 점차 강해지는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응 한계돌파구나"하고 심드렁하게 넘어가버리게 된다. 하지만 제대확장은 같은 캐릭터를 투입해, 그야말로 화력을 "배수"로 만들어준다. 처음엔 1 명 분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첫 제대확장을 하면 2 명 분으로 x2배, 추가 확장 시 3 명 분으로 x3배.. 이런식으로 최대 4명분의 능력치를 갖게 된다. 게다가 전투 화면에서 실제로 n명의 캐릭터가 한 칸에 배치되어 두다다다 총을 쏘는 진풍경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게임의 설정인 "전술인형"이라는 요소 덕분에 동일한 캐릭터가 여러 개체일 수 있다는 서사적 허용과 n배씩 수치를 불려나가도 될만큼 넉넉한 밸런스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디 게임을 깊게 공부하면서 효율과 성능을 따져보는 편이 아니다보니 이런 게임도 마찬가지로 매우 대충 플레이하게 되는 편인데, 주변에 같이 플레이하는 분들과 이런 저런 정보들을 교류하면서 꽤 제대로 플레이한 몇 안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주류 모바일 장르는 아니었지만(지금은 좀 판도가 바뀐 것 같지만 당시 까지는 주류가 아니었으니) 어쨌든 모바일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 습관이 들게 해준 나름 고마운 작품이다.

다만 전체 스테이지 개수가 적고 무던한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진도가 나가는 느낌"이 들지 않아 지금은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뭐 덕분에 블로그의 다른 글 같은 생각의 정리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모로 남는 게 많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4. 벽람항로(Azur Lane) (선정작)

(芜湖享游网络技术有限公司)

지난 Z's GOTY들에서도 종종 내비췄듯이, 필자는 예쁜 게임을 좋아한다. 예쁜 캐릭터나 예쁜 일러스트가 많이 나오고, UI 디자인이 예쁜 게임들을 좋아한다. 이 작품도 그렇게 어여쁜 일러스트에 낚여서 매료되어 다운로드를 진행했다. 추석 황금 연휴 시즌에 와이프와 단 둘이 일본 여행을 길게 다녀왔는데, 신기하게도 트위터 프로모션이 지역 기반으로 동작하는지 일본 게임을 추천해줘서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됐다.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켜고 "나중에 귀국하면 해봐야지"라며 일단 다운로드만 받아뒀는데,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거의 매일 1순위로 구동하는 앱이 되어버렸다. 여행 동안 뭐라도 읽어보겠다며 닥치는대로 간판들을 읽어대던 통에 가타카나를 띄엄 띄엄 읽을 수 있게 됐고, 자신감에 찬 나머지 일본 현지의 게임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할 수 있을 거라며 벽람항로를 켰지만... "응 아니야"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지며 수많은 한자들이 시선을 강타했다. 몹시 다행히도 주요 메뉴들은 콩알만한 영단어가 함께 쓰여있어 그걸로 기능을 유추하면서 지금까지 어찌어찌 플레이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장비"와 "스킬"의 서술형 기능 설명들이다. 덕분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적당주의가 피어올라 "마음에 드는 배들을 가득가득 채워서 레벨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며 그야말로 어떻게든 플레이를 하고는 있는데, 최근에 같이 플레이하는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현황 체크를 해봤는데 아주 나쁜 편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 안심했다.

사실 소녀전선은, 기존 모바일 게임들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당시에는 신선하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는 올드스쿨의 향기가 나서 한동안 즐겁게 즐겼지만, 오래 즐기기에 부적절한 부분이 몇 군데 산재해있었다. 기본적으로 해당 장르의 원류인 칸코레가 웹게임인 것을 모바게에 맞게 각색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가져온 덕분인지 인터페이스의 조작 방식이나 단계 구분 등이 자주 반복하기에는 썩 편리하지 못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수복"이라는 부분인데 전투에서 입은 피해를 시간을 들여 수리해야만 재 출격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역시나 부담스럽다. (물론 원류인 칸코레에서는 실제로 함선이 파괴되어 사라지는, 이른바 "퍼머데스"를 구현했기 때문에 그보다는 유연하다고는 하겠지만)

일단 벽람항로는 소녀전선에서 불편하던 부분들을 대거 개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부담스럽던 수복 개념을 상쾌하게 제거해버리고 스테이지 진입 시마다 모든 함선들은 최대 체력으로 시작한다. 출격에 필요한 자원인 기름만 충분하다면,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다.

또한 보급의 개념은 다소 희박해졌지만, 대신 탄환이 다 떨어져도 전투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게 구성되어 있다. 소녀전선은 헬리포트로 귀환하면 소량의 자원을 소모해 최대 탄약으로 충전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탄약을 보급하지 못했다면 해당 제대는 교전 시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벽람항로는 탄약의 보급이 거의 불가능한 대신 탄약이 다 떨어져도 50%의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함대의 전투력을 충분히 끌어올렸다면, 50%의 화력으로도 전투를 시도해볼만하다. 공격도 못하는 인카운트를 당해 시간도 뺐기고 굳이 후퇴 명령을 따로 내려야 하고 와중에 입은 피해를 전투 후에 수복까지 해야하는 고통의 도미노인 소녀전선의 방식보다 훨씬 세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4종의 인게임 자원을 고르게 사용하는 소녀전선과 달리, 벽람항로의 자원은 기름과 골드의 2종으로 간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기름은 함대가 출력할 때나 식사 메뉴를 구입할 때 등으로 소비처가 한정되며, 그 외 대부분의 컨텐츠는 골드를 이용한다. 자원을 획득하는 방식 또한 간편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소녀전선은 매번 제대를 보내 시간 소요에 따른 수익으로 자원을 획득하게 하지만, 벽람항로는 애초에 자동으로 기름과 골드를 생성해주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접속 시 마다 자동으로 쌓여있는 자원을 수거하기만 하면 된다.

소녀전선으로 시작된 모바일 게임 플레이 사이클이 각종 불편 요소에 걸려 넘어졌다면, 벽람항로는 비록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불편 요소를 거둬줌으로서 플레이를 지속할만한 동기를 제공해준 셈이다. 비록 어플리케이션 최적화가 덜 된 편이라 UI 조작들이 꽤 무겁다거나, 전투 인/아웃 시 마다 발생하는 로딩이 적지 않다는 등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지속형 모바일 게임(엔딩을 갖는 유료 구매형 외)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아 올해의 Z's GOTY 모바일 부문으로 선정한다.


5. 대항해의 길

(NetEase Games)

연말에 주변에서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추억을 간직한 분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몇 년 전에 유비 소프트에서 발매했던 "어쌔신스 크리드: 파이러츠"라는 세간의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심지어 그 게임도 꽤 재미있게 했던 입장에서 "본격 대항해시대보다 더 대항해시대같은 모바일 게임"이 발매된 것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위 스크린샷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 월드(바다)에 수 많은 플레이어(함선)가 실제로 조우할 수 있는 정통 MMORPG 장르이며, 대항해시대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고풍스런 아트웍으로 어필하고 있다. 초반에는 튜토리얼의 성격을 띈 길고 긴 선형 퀘스트를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는데 일단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유유히 항해하는 맛도 나쁘지 않고, BGM의 분위기도 맛깔스러우며, 인게임 전투의 "옆구리 잡기"또한 꽤나 박진감 넘치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반복 플레이에 대한 접근에 있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명분과 함께하는 노골적인 반복 업무" 형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호감도가 더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사실 30레벨 도달할 때까지만 해도 꽤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한참 쉬다가 들어가서 공짜 경험치로 40 레벨 대 중반까지 껑충 뛰고 났더니 게임 페이스가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쭉정이처럼 점프해서 컨텐츠 진도가 꼬인 것이야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쳐도, 그 이후의 플레이 전개가 이전까지 기대하던 것과 꽤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기대의 상실이 결국 게임 이탈로 이어지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초반에 예상했던 "퍼시스턴트 월드를 왕복하면서 발생하는 정통 MMORPG 스러운 진행"이 구시대적인 발상인가 하는 생각도 없진 않지만, 이 게임의 UI는 꽤 못생겼고(...) 불편한 구석이 많은 편인데 UI를 통해 진행되는 인스턴스 컨텐츠로 이후의 구성이 가득차버리니 오히려 게임의 장점이 퇴색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찌됐든.. 적어도 30레벨까지의 진행은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기에 본 코너에 이름을 올려본다.


온라인 부문


Overwatch (선정작)

(Blizzard Entertainment)

OGN에서 주최한 프로리그 APEX (at 상암 OGN 메인 스타디움)
OGN에서 주최한 프로리그 APEX (at 상암 OGN 메인 스타디움)
Blizzard 에서 주최한 OWL의 Pre-season (at Blizzard Arena)
Blizzard 에서 주최한 OWL의 Pre-season (at Blizzard Arena)

이미 2016년 한 차례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아쉽게 자사 타 타이틀 와우:군단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오버워치가, 올해 다시금 온라인 부문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짝짝짝!) 삽입 이미지를 다른 게임들의 인게임 스크린샷과 달리 리그 중계 화면으로 선정한 것이 바로 올해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된 이유와도 직접 닿아있다.

사실 독립된 게임으로서의 오버워치는 더할나위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모두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일 것이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이후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지는 요지는 라이브 팀의 운영 방침이라거나, 게임 내 타 플레이어의 트롤링 등의 외적 이슈지만, 그렇다고 싱글 캠페인이 없는, 팀 vs 팀 기반의 역할 분담 FPS라는 근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세기 말, 현재의 e-스포츠라는 시장 자체를 만들어낸 스타크래프트1의 프로 리그 이후로는 거의 처음 프로 게임 리그를 관람하게 됐는데, 한창 때의 임요환과 홍진호와 강민을 응원하던 그 느낌과 유사한 흥분감에 사로잡혀 OGN 오버워치 APEX를 모든 시즌, 모든 경기 챙겨서 관람해버리게 됐다. 심지어 올해 마지막 시즌은 중간에 평일 오후 반차까지 내가면서 상암 홀로 직관도 가고, 대망의 결승전까지(역대 최고 레전드로 일컬어지는 S4 결승, 런어웨이 vs GC부산 전) 직관을 해버린 덕분에, 그야말로 "리그 관람의 맛을 알아버린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밀리터리 베이스의 여느 리얼리티 계열 FPS들과 달리 오버워치를 탐닉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블빠라 블리자드 게임이라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실사계가 아닌 애니메이션계 아트 컨셉이라서, 그리고 "피지컬 외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는 상성 요소가 포함된 게임이라서"가 그 이유이다.

오버워치가 처음 출시되고 나서 경쟁전이라는 컨텐츠가 갓 도입됐을 때, 주변 지인들 6인 이상 모여서 각잡고 전원 마이크를 사용해가며 6인큐를 돌리고, 플레이어 별 영웅 소화량과 맵/라운드 별 승률 통계를 내고, 매 경기를 녹화해서 전략 복기까지 할 정도로 이 게임을 깊게 파고들었다. 비록 당시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6인큐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불과 몇 달 사이의 달콤한 꿈처럼 지나버린 이야기가 됐지만, 당시의 그 전략전에 대한 흥분이 완전히 사라져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블리자드 런쳐에서 배너를 통해 프로리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시청했을 때, 비로소 내 안의 욕망이 발현되고야 말았다.

물론 게임의 기반이 FPS이기 때문에 피지컬로 역상성을 극복할 수 있으며, 또한 그런 극한의 피지컬을 가진 프로 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앞서 말한대로 이 게임이 가진 전략적인 판단과 그 전략이 맞부딪히는 걸 목격하는 순간이 오버워치를 하거나 볼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전략의 맞부딪힘을 가장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건 사실 직접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 잘 짜여진 두 팀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APEX에서 네 개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수 많은 선수들과 팀들이 그 무대를 거쳐갔고, 내년 1월부터 정식으로 출범하는 OWL(OverWatch League)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제 대회에 APEX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선수들이 대거 참전하게 된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처럼 프로 스포츠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다른 시장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양상으로 리그가 운영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해 동안 열 일 제쳐놓고 APEX를 관람하던 그 흥분감을 유지시켜줄 수만 있다면, OWL은 충분히 성공한 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프라인 부문


1. Horizon: Zero Dawn (선정작)

(Guerilla Games)

포터블 부문과 마찬가지로, 사실 올해엔 오프라인 게임을 거의 플레이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호라이즌 제로 던과 니어 오토마타 정도를 살짝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살짝 맛 본 정도에서 그친 감상이나마 짧게 공유해볼까 한다.

우선, 이 게임은 본격 한조 양성 프로젝트이다!...는 농담이고, 처음 이 게임의 트레일러를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던 "기계를 잡는 몬스터헌터"라는 인상과는 꽤 다른 작품이었다. 주인공 캐릭터인 소녀 에일로이는 사실 활을 주무기로 다루며, 근접 공격은 뭐랄까.. 꽤나 못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여러가지 트랩과 탄을 이용해 기계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그들이 머물고 있는 대지의 비밀을 조금씩 파해쳐가는 썩 재미있는 오픈월드 장르였다. 유비소프트식 AAA 타이틀들이 같은 시스템을 조금씩 개량해가며 시리즈별로 스키닝을 한 인상이라면, 호라이즌 제로 던도 컨텐츠의 구성은 그와 유사하게 기본 기틀을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호라이즌의 세계에 잘 들어맞도록 스키닝이 되어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스키닝이라는 걸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 좋은 요소를 게임에 잘 녹여낸다면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우선 고도로 발달했던 문명 사회가 몰락한 이후의 유사 수렵생활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로봇과 기계들이 등장하는 것도 몬스터 디자인 측면에서 자유롭지만, 무엇보다 AR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게임의 UI 디자인이 가장 활발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최근 서구권 오픈월드의 트렌드인 간편한 게임 디자인의 추세에 맞게 여러 부분들이 손쉽게 이뤄지도록 정돈된 부분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며, 일단 게임의 근간인 "에일로이의 활쏘기"자체의 맛이 굉장히 좋다. 심지어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으로 만들어진 필드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나서,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진일보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최근에는 CAPCOM 사의 최신 작인 몬스터헌터 월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본 작품의 DLC인 프로즌 와일드까지 발매하는 등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으니, 좋은 IP로 살려 후속작 개발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2. NieR: Automata

(Platinum Games)

호라이즌 제로 던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구입하고 플레이를 번갈아가면서 했는데, 무척이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은 두 작품 모두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었으나, 게임의 진행 자체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호라이즌은 위에 기술한대로 최근 서구권 오픈월드 장르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지만, 니어 오토마타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21세기 기술로 만들어진 20세기의 정서"처럼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끝까지 플레이해보지는 않아 중간까지의 감상이긴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더 낫거나 못하다는 인상은 아니고 "일본은 참 한결같구나"라는 인상을 받긴 했다.

오픈월드처럼 생긴 메가맨 같은 느낌이랄까..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우리가 어린 시절 플레이하던 대부분의 게임이 가지고 있던 제약이 자동 저장에 길들여진 최근의 습성과 꽤나 이질적이게 다가온다. 또한 한 발 한 발 쏘아 맞추는 힘이 좋은 호라이즌과 대비되는, 몹시 화려한 검무를 추지만 사실 실효는 그다지 없는 2B의 공격은 강력한 적 앞에서 한 없이 무력해지는 플레이어의 입장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역시나 플레이 타임이 짧아서 깊이 이야기를 이어가긴 어렵지만, 일단 "동 시대에 같은 장르로 포장된 이렇게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 굉장히 유니크한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건 확실하다.


포터블 부문


올해는 포터블 타이틀을 단 한 편도 플레이하지 못한 불우한(...) 한 해 였다. 내년부터는 꼭 최소 1 편 이상 플레이할 것을 다짐해본다.


안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는 게이머로서 온전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도 하지만, 쓸 데 없이(...) 인생 버킷리스트들 중 하나인 "와우 전 클래스 최고 레벨 달성"과 "오버워치 모든 영웅 10 시간 이상 플레이"를 시도한 덕분에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버렸다. (심지어 그나마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건 함정..)

올해의 수확이라면 역시 "드디어 모바게에 적응했다!"라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아직까지는 국내 주류 모델이 아니라는 건 역시나 조금 아쉽다. "모바일 게이머"라는 건 역시 20세기 게이머와는 꽤나 다른 존재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점차 확신이 되어가지만, 그래도 마음에 쏙 맞는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이 언젠가는 나와주지 않을까하는 조금의 기대를 완전히 져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공식 질문으로 글을 맺어볼까 한다.


"2017년, 여러분의 GOTY는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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