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2014년 말에 쓸 작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해가 바뀐 연초에 쓰는, 하지만 설 전이니까 아직 해가 가지 않았다고 우겨보면서) 2014년 게이머로서의 한 해를 되짚어보는 마음으로, Z's GOTY 2014를 정리해보도록 한다. (My GOTY라는 표현은 다분히 주관적이라고 생각돼 Z's GOTY라는 다소 객관적인 명칭으로 변경해보았다.)

매년 정기적으로 남기기 위해 올해부터 별도로 Z's GOTY라는 폴더를 신설했고, 폴더를 분리한 김에 지금까지는 한 해를 통틀어 1~2 작품만 꼽던 것에서 플랫폼을 세분화 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들을 기록하기로 한다.

 



데스크탑 - 오프라인 부문

1. Dark Soul:Prepare to Die Edition

(From Software)

소울 시리즈의 자자한 악명 탓에 지레 겁먹고 위축된 상태로 플레이했던 게임.

튜토리얼에서 처음 만난 거대한 악마에게 순식간에 죽길래, "아 원래 시나리오상 죽는 건가보다"했는데 저장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반복하는 걸 보고 질겁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전 회사에서 팀에 구비된 데몬즈 소울을 빌려서 살짝 해봤다가 경악스러운 난이도에 초반에 포기했던 경험이 떠올라 버렸다.

튜토리얼 후반에 장검의 양손 파지법을 배우고 난 뒤 아까의 거대 악마를 순식간에 쓰러뜨렸을 땐 오히려 "튜토리얼이라 쾌감을 주기 위해 쉽게 만들었나보구나"라고 생각했었고, 처음에 길인 것처럼 보이는 곳을 따라 도착했던 지하묘지로 가는 길의 스켈레톤 2 마리에게 수십 번씩 죽어가면서 "아 역시 다크소울의 명성이란!!"하고 몸서리쳤지만 알고보니 그 쪽은 나중에 고렙되서 가는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그 허망함이란...... 게임에 위축되서 잘못된 길이 잘못된 건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그 자체는 꽤 큰 놀라움이었다.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이라는 것 자체는 사실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는 아니었는데(너무 굉장한 걸 기대해서 상대적으로 덜 어렵게 느껴졌다는 정도이지, 절대 "내가 지존신컨이라 쉬웠다!" 뭐 이런 소리는 아니다.) 도무지 눈에 안들어오는 인터페이스나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조작의 답답함(조작이 어렵다기보다, 굉장히 까다롭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렵게 만들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이 이유 때문에 Z's GOTY 2014에는 꼽지 못한 작품.



2. TOMB RAIDER (선정작)

(Crystal Dynamics)

툼레이더는 아주 어릴 적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오리지널 넘버링 작품을 구해서 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스포티한 차림의 건강미 넘치는 여전사가 쌍권총을 들고 고대 무덤을 누비는 액션활극 자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는데, 길을 잘 못 찾는 개인적인 이유로 베네치아 같은 수상 도시에서 보트를 타고 스위치를 연 다음 시간 내에 출구로 빠져나가야 하는 스테이지에서 도무지 올바른 경로를 찾지 못해 폐소공포증이 돋아 공포에 사로잡혀 게임을 그만두게 된 안타까움이 어린 작품이다. 이 때부터 전투가 아닌 요소(특히 길 찾기) 때문에 진행이 막히게 되면 폐소공포증이 엄습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럴 기회가 많은 어드벤쳐 장르를 손대는 일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무장한 채 돌아온, 그리고 무려 여전사가 되기 전 풋풋한 숙녀였던 라라 크로프트의 성장기를 담았다고 하는, 리부트된 툼레이더에 대한 주변의 끊이지 않는 극찬 덕분에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스팀에서 세일할 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플레이하게 됐다. 결과는 대만족.

길찾기에 대한 어려움은 한없이 0에 수렴했고, 그렇다고 아예 고민 없이 달려가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뭘 해야 하는 지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조작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도전을 자극하는 방식의 진행은 폐소공포증이라는 트라우마를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오픈월드형 수집 방식(자유롭게 이전 지역을 오가며 수집할 수 있는)과 특정 활동을 누적시키면 해금(Unlock)되는 성장 방식이 엮어내면서 만드는 액션 롤플레잉 같은 요소는 게임의 몰입감을 한 층 깊게 만들어줬다.

고통스러운 라라의 여정에 깊게 몰입하면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엔딩에 다다랐을 때 "으아!! 마침내 이 저주같은 섬에서 탈출한다!!"라는 해방감을 주인공과 공감한다는 점이고, 반대로 가장 큰 단점은 여정의 고통이 너무 공감되서 "이런 짓 다시 하고 싶지 않아...!"라며 다음 작품에 대한 플레이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음 작품이야 어찌됐건, 이 작품 자체만으로는 최고의 몰입감을 받았던 툼레이더를 Z's GOTY 2014의 데스크탑 - 오프라인 부문에 선정한다.


데스크탑 - 온라인 부문


1. Diablo 3:Reaper of Souls (공동 선정작)

(Blizzard Entertainment)

컨텐츠 연계의 완결에 다다랐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디아블로3의 2.0 패치. 그리고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쭉쭉 뻗어나간 작품인 새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처음 플레이 할 때부터 Z's GOTY 2014로 점지해둔 작품이며, 자세한 소감은 이 작품(정확히는 사전 패치)에 대한 링크로 대신하도록 한다.


링크: 디아블로3의 완성, 2.0 패치 살펴보기(http://zerasionz.tistory.com/71)




2. World of WarCraft:Warloads of Draenor (공동 선정작)

(Blizzard Entertainment)

역대 최다 Z's GOTY를 수상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리즈. 그 최신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은 어김 없이 2014년에도 선정되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선정되지 못한 "판다리아의 안개"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아마도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작품이었던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2차 대전쟁(워크래프트2 배경)의 시점을 이번 확장팩의 주무대로 선정했다는 점에서부터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예전에도 시간의 동굴과 청동룡이라는 설정 상 얼마든지 세계관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점이 WoW 시리즈의 큰 가능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특정 던전 규모가 아닌 메인 스토리 단계에서 시간 여행을 사용했다. 다만 호드 진영 플레이어들에게 아쉬운 대목은, 전작에서 호드의 대족장 가로쉬 헬스크림을 레이드 보스로 만들었던 것처럼, 그의 부친이자 호드의 영웅이었던 그로마쉬 헬스크림 마저 레이드 보스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영웅을 우리 손으로 쓰러뜨려야 한다니!?)

하지만 불타는 성전의 배경인 아웃랜드가 부서지기 전 시대인 드레노어를 탐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치 락스타들처럼 마력을 내뿜는 강철 호드의 전쟁군주들이 매력적인 적으로 활약한다는 점,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로 쌓아올린 새로운 컨텐츠와 시스템들은 지금까지의 WoW가 갖지 못했던 최고의 퀄리티를 구현해내고 있다. 다만 지나친 개인화로 고전적인 의미의 MMO함이 많이 사라져버렸지만 WoW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납득이 안되지는 않는다. 물론 아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확장팩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은 GDF에 글타래가 있으니 링크를 걸도록 한다.

 

링크: [GDF] 와우: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초반 소감(http://gdf.inven.co.kr/t/topic/528/)


 


콘솔 - 거치용 부문


1. Middle-earth:Shadow of Mordor (선정작)

(Monolith Productions)

2014년 유일하게 플레이했던 거치형 콘솔 게임.

반지의 제왕 IP의 게임은 처음 접해봤는데, 굉장한 액션 게임이라 몹시 감탄했다. 개인적으로는 고전 슈터 게임인 블러드(Blood)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모노리스라는 제작사의 이미지가 깊게 새겨진 터라 호쾌한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 기대감이 충분히 채워졌다.

미들어스: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이하 모르도르)를 하면서 받은 즐거운 경험들은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라는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것과 온전히 모르도르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우선 PS4에 대해서는 MxM 사내테스트 후 후기 작성의 추첨으로 받았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운 탓도 없지 않겠지만, 일단 PS4의 몹시 심플한 기기 외관과 듀얼쇼크4의 그립감이 몹시 만족스러웠다. (일단 PS4 본체에 버튼이 티가 안나는 터치센서라서 딸들이 마구 눌러서 켜지거나 꺼지는 일이 없다는 게 가장 좋았달까!!) 그리고 새롭게 구성된 듀얼쇼크4의 터치센서 부분이 하나의 큰 버튼이라는 걸 알았을 때와 컨트롤러에 들어있는 스피커로 영혼의 목소리 같은 게 속삭여질 때, 마지막으로 컨트롤러에 사운드잭이 있어서 이어폰으로 조용히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물론 써본 적은 아직 없지만)의 놀라움은 아직까지도 PS4를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제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서, 모르도르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몇 가지 내용들이 있었는데 나열해보면 아래처럼 정리된다.

하나는 멀티 웨폰. 예를 들어 갓오브워 같은 게임은 주인공이 여러 개의 무기를 쓸 수는 있지만 한 번에 하나의 무기만 장착해서 교체 과정이 있어야지만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모르도르는 주인공이 다루는 무기가 소드, 대거, 보우로 총 세 가지가 있는데 동시에 다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잠행버튼으로 소리 내지 않고 적에게 다가가면 대거로 암살할 수 있고, 활을 꺼내들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서(포커스라는 자원이 소진될 때까지) 거리에 상관없이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소드로 여러 마리의 우르크들을 베어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액션의 흐름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멋진 연출을 보여주고, 심지어 조작이 까다롭지도 않은 편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는 액션 게임의 기본이 무척 탄탄한 느낌.

두 번째는 편안한 시선 처리. 아날로그 패드로 조작하는 액션 게임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시점을 조정하는 순간 난이도가 가파르게 치솟는 경향을 보이는데, 모르도르는 수동 시점 조정을 지원함에도 기본 카메라 처리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오른쪽 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적에게 발각되어 다수의 적과 대치할 때, 시점이 캐릭터와 멀어지면서 많은 지역의 정보를 보여주고 각도는 쿼터뷰에 가깝게 변하면서 적들의 움직임이나 주인공의 액션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오픈월드형 구성. 반드시 진행해야 다음 단계로 이야기가 넘어가거나 신규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는 메인 미션을 통한 제한들이 존재하지만, 수집이나 탐험, 무기 관련 퀘스트 등 대부분의 컨텐츠들은 제한 없이 지역을 이동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추가로 습득하는 스킬들은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주는 성격이 많아 추가 스킬 없이 기본기만으로도 전체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제약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신규 스킬을 한 번 써보고나면 이 거 없이 어떻게 싸울 수 있지?라는 수준으로 좋은 기술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선형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거부할 수 없이 강제로 따라가야만 하는 구성보다 뭐가 됐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한다! 나는 썬다 우르크! 같은 구성이 고어 액션 게임으로서의 모르도르와는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는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인 네메시스 시스템이다. 모르도르의 우르크들은 주인공을 쓰러뜨리면 1계급 특진(...)을 하게 되는데 등급이 오르면서 면역력(...)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원래는 아무 것도 아닌 잡 우르크A 였던 녀석이 나를 쓰러뜨리더니 캡틴이 되면서 뛰어넘기 면역이 되고, 나를 또 쓰러뜨리더니 원거리 공격 면역이 되고, 나를 또 쓰러뜨리더니 피니시 액션 면역이 되고...와 같은 식이다. (계속 죽으면 치프틴까지 되는 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이미 너무 굴욕적이어서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았..) 그리고 우르크 사회에서 플레이어의 간섭 없이도 자기들 끼리 승급시험을 통과해서 승급하는 자가 나타나거나, 서로 싸워서 이긴 사람이 승급하고 진 녀석은 죽어서 빈 자리가 생기거나, 플레이어에게 죽은 캡틴의 자리에 새로운 녀석들이 승급해서 나타나거나 하는 방식이다. 우르크 사회는 매우 역동적으로 흘러가며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이것을 네메시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날 한 번 죽였던 캡틴을 만났을 때 그 녀석이 내게 "이봐 형씨, 또 죽으려고 찾아왔나?"라는 식의 도발 멘트를 던질 때의 굴욕감이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잊지않겠다ㄱ-)

PSVita를 통한 리모트 플레이를 시도해봤지만 출퇴근 길에 핫스팟으로 이동하면서 접속했더니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네트워크 상태가 안좋아서 순전히 집에서밖에 플레이할 수 없었다. 덕분에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직도 치프틴 5 마리 처치라는 첫 분기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다음부터 진행되는 새로운 게임의 국면을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야기로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만큼 플레이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여유가 되면 꼭 엔딩을 보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콘솔 - 휴대용 부문


1.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 (선정작)

(Marvelous!)

"폭유 하이퍼 닌자 배틀"이라는 장르로 문화충격을 안겨준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외전 격인 작품으로, 이번 장르는 무려 "폭유 하이퍼 쿠킹 배틀"이라고 한다. 비록 이전까지의 섬란 카구라들은 일판으로밖에 존재하지 않아 플레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이나 가끔 구경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는데, 데카모리는 무려 한국어 지원을 해 준 덕분에 망설임 없이 구입하게 됐다.

위의 예시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다 시피, 게임의 내용은 미소녀들이 요리 대결을 한다는 컨셉을 가진 "리듬 액션 게임"이며, 한 곡 한 곡이 꽤 길지만 캐릭터마다 정해진 곡이 있어서 캐릭터 수 = 곡 수라 곡의 양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캐릭터 코스튬을 모으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히거나 PSVita의 터치 센서를 활용한 장난(...)에 있기 때문에 곡의 많고 적음은 사실 중요하다고도 또 안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성적인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정서를 게임 전체에 일관되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제반적 환경이 갖춰진 일본이라는 나라가 컨텐츠를 다루는 방식에 큰 매력을 느꼈다. 비슷하게 안드로이드용으로만 출시됐던 땅따먹기 섬란 카구라를 지인이 구경시켜준 걸 봤을 때도 느꼈는데 소위 "약 빨고 만든 게임"이라는 건 만드는 사람도 플레이하는 사람도 무척 즐거울 것 같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다음 섬란 카구라 시리즈가 한국어 지원을 한다면 또 구매할 의사가 충분히 있으며, 이 생각은 데카모리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FREEDOM WARS

(Shift)

 

"몬스터헌터가 S4리그를 입었다!"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준비중이던 프리덤워즈.

플로우 구성까지 다 해놓고 정작 쓸 시간이 부족해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3연속 스테이지로 구성된 시나리오 엔딩을 넘기고 전체 게임 구성에 대한 큰 회의가 느껴져서 리뷰 자체를 보류한 작품이다. 플레이 당시 SNS를 통해서나 주변 지인들과 만나서나 이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심히 이야기했었는데, 그 가능성이 정말 가능성에만 그친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쉬운 작품이다.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었던 부분은 캐릭터와 배경의 설정이다. 죄수가 형량을 감형 받기 위해 봉사 활동을 해 나간다는 설정으로 컨텐츠의 반복성과 게임이기 때문에 갖는, 또는 기기의 기술적인 원인으로 갖는 다양한 제한 사항들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데스노트에 사신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 머리 위에 수명이 표시되는 것처럼, 캐릭터들 머리 위에 남은 형량이 표시된다는 부분과 형량이 늘거나 줄 때마다 계약서의 확인 부분에 화면에 손가락을 대 지장을 찍는 것 같은 연출은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이는 같은 장르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몬스터 헌터가 헌터와 헌터 길드라는 설정으로 게임의 전체 사이클을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납득시키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대로 가장 큰 단점은 조작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슈터 장르든 액션 장르든 세로축이 포함된 3차원 이동이 가능해지는 순간 평면적으로 진행하는 2차원 전투에 비해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바로 이 프리덤워즈는 그 3차원 이동에 체인 액션이라는 앵커링을 더해서 원하는 이동과 공격부터 익숙해지는 데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끔 만들어졌다. 물론 앵커링의 경우는 거대 병기에게 매달려서 공격할 수 있다는 새로운 플레이(특히 융단..! 융단..!!!)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단점이면서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동과 전투 자체가 3차원으로 입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캐릭터의 수십배에 달하는 거대 병기와 그 상태로 싸워야한다는 점 등은 기본 전투 적응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게다가 캐릭터의 움직임이 굉장히 뻣뻣하기 때문에 조작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조작과 전투에 대한 부분은 적응이 꽤 까다로운 편이다. (물론 적응이 아예 안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액션 만큼 적응이 어려운 또 하나의 부분은, 바로 아이템 부분이다. 플레이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들을 입수하게 되는데, 문제는 용처가 굉장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게 제작 재료인지 강화 재료인지, 아니면 납부해서 공헌 포인트를 받는 용도인지, 그냥 게임 내부의 정보만으로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네이밍도 굉장히 어렵고 낯설어서 여신전생이나 페르소나 시리즈의 독특한 스킬 네이밍처럼 나름 적응하면 새로운 언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기보다, 마치 무작위 네이밍 생성기가 만들어낸 알 수 없는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진다. 얼핏보면 이런 아이템들을 유연하게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자유도가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아이템들은 각각 용처가 분명하게 정해진 것들이라서 자유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불친절한 설명에 감춰진 분명한 용처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플랜트"라는 시설을 통해 게임 플레이 시간이 아닌 현실 시간을 기준으로 마치 F2P 게임처럼 제작을 "걸어놓기"하는 방식은 꽤 신선했지만, "왜 굳이 제작에 시간을 소요하는 건가?"라는 부분에 물음표가 찍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디자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입수한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제작 시간 단축이나 제작 효율 향상을 도와주는 아이템을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아마도 이를 통해 타이틀 판매 비용 외 추가 수입을 기대했던 것 같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스테이지 구성이 엉성한 느낌이 많이 든다.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증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플레이어의 성장 정도에 맞춰 컨텐츠가 제공된다는 느낌이 아니라, 중간 중간 계단식의 문턱이 존재하고 문턱에 다다라서야 앞 부분을 반복하면서 누적 성장을 통해 극복하는 굉장히 클래식한 JRPG 식 진행을 보여준다. 그리고 3연속 스테이지의 엔딩 이후에 사실 컨텐츠는 완전히 종료된 게 아니라 갑자기 엄청난 난이도의 컨텐츠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큰 문턱으로 다가오는데, 문제는 그 중간을 채워주는 작은 계단들이 될 스테이지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는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하기 위해 이전 까지의 길고 지루한 스테이지들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면서 스킬과 무기를 강화해 어떻게든 성장해야만 하는, 일종의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성장의 축인 장비의 성장 부분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굉장히 안개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의 장비 성장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된다. 몬스터헌터의 플레이어는 솔로잉 컨텐츠인 촌장 퀘스트로 초반 부를 진행하고, 그 다음엔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집회소의 상급 퀘스트를 진행하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촌장 단계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집회소 전용의 최상급 퀘스트들을 진행하게 되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비록 촌장 퀘스트와 앞 부분의 집회소 퀘스트가 내용상에서 완전히 동일하며 단지 전투 난이도만 다를 뿐이지만, 컨텐츠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발판처럼 제공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프리덤 워즈는 이 예시로 보면, 마치 촌장 퀘스트가 끝나자마자 집회소 전용 최상위 퀘스트를 던져주는 느낌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플레이어는 상당한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쓰다보니 단점만 너무 써내린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이게 다 형이 애정이 있어서 까는거야"라는 느낌으로 초반에 이 작품에서 엿봤던 굉장한 가능성이 꽃을 틔우지 못한 채 무너져내린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앞의 가능성들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고 가능성들을 실제로 가져오기만 한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바일 부문


1. Monument Valley (공동 선정작)

(ustwo Studio)

처음 앱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만났을 때, 화풍에서 왠지 모르게 Z's GOTY 2012에 빛나는 Journey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다 보니, 무려 착시효과를 이용한 퍼즐 게임이라고 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겨 구매하게 되었는데, 이후 발매되었던 잊혀진 해안 확장팩까지 망설임없이 구매하게 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이다.

플레이어의 모든 조작이 몽환적인 사운드로 상호작용하고, 착시를 이용한 퍼즐을 풀어나가면서 조금씩 진행되는 모뉴먼트 밸리라는 세계의 이야기가 플레이어를 조금씩 세계 안으로 끌어당긴다. 발매 당시에 약 5 천원 안팎의 가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앱스토어의 유료앱 기준으로 보면 꽤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륨이 많다고 보기는 애매한 양이긴 하다. 하지만 이 게임을 "이 정도 가격으로 즐기는 인터랙티브한 장난감"처럼 생각하면 그 가격이 그렇게 불합리한 느낌은 아닌 정도. 매 스테이지가 그리 어렵지 않은 퍼즐들로 신선하고 기분 좋은 충격들을 안겨주기 때문에 플레이를 하고 난 뒤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여담이지만, 토템 친구를 통한 감정 전달 기법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생물도 아닌 대상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다니.. 그 부분을 디자인한 사람은 굉장한 연출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그 토템 친구는 네러티브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실제 퍼즐 요소로도 굉장히 큰 축을 차지하기 때문에 플레이 완료 시점에서 방해 요소인 까마귀와 함께 머릿 속에 각인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2. 회색도시2 (공동 선정작)

(ALTAIR Studio)

멀티 플랫폼 게임인 하스스톤을 제외하면, 순수 모바일 게임의 IAP 중 처음으로 결제하게 만든 게임이 바로 이 회색도시2 이다.

모바일 게임들에서는 이미 익숙함을 넘어 과거의 유산처럼 느껴지는 스테미너 방식을 도입했던 전작의 필름 구성을 벗어나,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매해야 하는 새로운 과금 모델로 무장한 회색도시2. 개인적으로 회색도시2를 좋아하는 이유는 느와르가 물씬 풍기는 시나리오 때문만이 아니라, 데스크탑 오프라인 분야에서 오래 전에 사랑받던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쳐 장르를 터치 디바이스에서 온전히 재현해냈다는 고전적인 측면 때문이다.

또한 메인 시나리오가 끝나면 각 챕터마다 제공되는 단편 시나리오들을 통해 이미 구축한 각각의 캐릭터를 더욱 확실히 다져주는 부분은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끄는 게임들 중에서도 꽤 상위권에 속하는 캐릭터성을 확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게임 진행의 대부분은 방탈출 게임들과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큰 이야기의 진행으로 각각의 퍼즐들을 강하게 묶고 있다는 부분이 단편적인 방탈출 게임들과 회색도시 시리즈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2. Valiant Hearts:THE GREAT WAR (공동 선정작)

(Ubisoft Montpellier)

독특한 화풍과 감성적인 음악만으로도 굉장한 매력을 내뿜는 밸리언트 하츠.

한참 플레이하던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게임은 무려 데스크탑과 모바일과 거치형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으로 발매된 작품이었다. iOS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전혀 인터페이스의 이질감이 없어서 당연히 모바일 게임이라고 생각했었고, 멀티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오히려 다른 플랫폼에서는 어떤 조작 방식을 사용하는 지가 되려 궁금해질 정도였다. 엔딩을 보고 나서 스탭롤을 봤을 때 약간의 의문이 풀렸는데, 각 플랫폼 별 인터페이스 디자인 조직이(팀인지 파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별도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종 게임 매체에서도 이 작품에 대해 뜨겁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언급하게 되는 것은 역시 이 게임의 관점이다. 보통의 세계전쟁 배경 게임들이 다루는 관점은 전쟁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군인의 것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쟁 자체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징집된 개개인의 시점에서 전쟁의 의미를 다루는 이 작품은 미국산 전쟁 영화로 무뎌진 전쟁공포면역세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프랑스군으로 징집된 장인과 독일군으로 징집된 사위, 수많은 전쟁에 참가했던 연합군, 의무병으로 징집된 여인과 군견으로 징집된 두 견공.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전달하는 전쟁의 차가움은 단지 배경이 겨울인 것 이상으로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차갑게 할퀸다.

회색도시와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쳐 게임을 모바일 플랫폼에서 소화시키고 있지만, 캐릭터가 플레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활용해 방탈출 시리즈 형식의 포인트 앤 클릭을 사용한 것이 회색도시의 특징이라면, 밸리언트 하츠는 캐릭터가 직접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푸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더욱 고전적인 어드벤쳐 게임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일 것이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면서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부분은 시나리오적인 캐릭터 특성에 그쳤던 회색도시보다, 실제 게임에서 의미있는 플레이를 만드는 캐릭터 특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멋진 디자인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데스크탑 부분에서 꼽은 작품들 정도가 그나마 한 해 동안 접해본 게임들의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한 자리에 앉아서 장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종류의 게임은 거의 손대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휴대용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처음에 정리할 때는 한 해 동안 플레이한 게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분야를 나눠놓고 보니 그래도 이런 저런 종류의 게임들을 해온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한 기분도 든다. (물론 정말 다작을 즐겨오시는 분들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이쯤에서 고작 2회차지만, Z's GOTY 공식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보도록 한다.

 

"2014년, 여러분의 GOTY는 무엇이었나요?"


이 글은 2015.01.26 작성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원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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