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크리스마스가 바짝 다가올만큼 연말이 되었으니 게이머의 축제, "올해의 게임 정산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Z's GOTY도 올해부터는 작년에 대폭 확장을 시도했던 부문들을 일부 통합해 보다 의미 있는 분류를 가져보고자 변화를 주었다.

우선 "데스크탑 - 거치형"과  "콘솔"의 구분을 없앴다. 사실상 PC/PS/XBox 로 멀티 플랫폼 발매 되는 작품들이 다수가 되기도 했고, 사실상 각 게임들이 주는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아 이들을 모두 통합해 "오프라인 게임"이라고 묶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는 모두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포터블"의 네 부문으로 구성해 진행해보려고 한다.

 

 


모바일 부문

1. Drift Girls (선정작)

(NHN BlackPick) 

매력이 차고 넘치는 히로인과 멋짐이 폭발하는 자동차.

남심을 훔치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멋지게 모바일 게임으로 버무려낸 드리프트 걸즈가 Z's GOTY 2015 모바일 부문 선정작이다.

이 게임의 레이싱 파트는 반다이남코 게임즈의 드리프트 스피릿이라는 게임의 표절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공식적으로는 전면 부정한 상태라 딱히 코멘트할만한 내용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드리프트 스피릿의 레이싱 파트를 통으로 빼다 박았음에도, 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연애 파트와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엮어 게임 전체의 분위기나 플레이 양상 자체를 전혀 다르게 바꿔놓았다는 점을 굉장히 높게 사고 있다.

사실 반 년 넘게 매일같이 꾸준히 즐긴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모바일 게임이기 때문에 틈만 나면 주변에 이 게임을 홍보하곤 한다.

크게는 레이싱과 연애 두 파트로 구분되며 각 파트는 평범하게 차량 수집/강화, 파츠 수집/강화나 호감도 관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각각의 컨텐츠에 필요한 요구 조건이나 보상 재화등을  순환시키는 사이클이 매우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게임을 진행하는 매 순간마다 "이걸 해야되니 다음엔 이걸 해야 되겠군. 이걸 하려면 저게 필요하니까 저걸 해야 되겠군"을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플레이어가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쉽게 세우고 따라갈 수 있게 설계된 덕분에 매우 오랫동안 재미있게 플레이 한 작품.

 


2. Steins;Gate

(5pb.) 

정말 맹렬히 고민했다. 왜 나는 하필 불세출의 명작 슈타게를 드리프트 걸즈와 같은 년도에 플레이했단 말인가!하는 고뇌에 빠지기도 수십 차례.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슈타게는 미디어와 시나리오의 힘이 굉장히 강하고, 올해의 "게임"으로 꼽기엔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드리프트 걸즈에게 Z' GOTY 2015 모바일 부문을 넘겨주고 말았다.

일단 여러 가지 매체 중 게임이 가진 최대 장점인 "주인공 캐릭터와의 동일감"을 통해 플레이어가 사건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나, 가로 진행 기반에 핸드폰을 사용할 때만 세로로 전환해 피쳐폰 인터페이스로 메일/전화를 주고 받는 조작 방식 등은 이 작품의 분명한 강점이다.

초반부 주인공의 폭발하는 중2력이 굉장히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는데, 아주 약간만 더 진행하면 사실 중2한 건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니라 이 세계 그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심리 저항이 급속도로 사라진다. 중2 컨텐츠에 저항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기점까지만 기다려보시기를 권장해본다.

원래 게임할 때 멀티 엔딩을 보기 위해 세이브/로드를 반복하는 일을 굉장히 싫어하는 쪽인데 이 세계관과 그 플레이가 굉장히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 또한 "게임인 슈타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종합 미디어로서의 슈타게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그 중 게임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테이스트 또한 일품이지만, 슈타게가 재미없는 게 아니라 드리프트걸즈가 너무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본다...

 



3. 중년기사 김봉식

(MAF Games) 

(뭐가 먼저인 지 모르겠지만) 클리커류와 비슷한 무한 나선형 진행 게임이자 빠른 조작을 덜어낸 아이들링 장르인 중년기사 김봉식.

로그라이크처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게임 구조의 특징 상 질릴 위험이 상당히 높은 장르이지만 클리커/아이들링 류에서 많이 사용하는 "리셋 시 포인트 지급" 방식을 적용해 반복의 의미를 극대화해 이를 정면으로 해결했다. 생각보다 밸런싱이 잘 되어 있어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해야지"를 수십차례 반복 하다보면 마침내 핸드폰을 켜놓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놀라운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몬스터를 때려잡아 돈을 번다. -> 번 돈으로 무기를 강화해 공격력을 높이거나, 퀘스트를 진행해 수입을 늘린다. -> 번 돈으로 더 쎈 몹을 잡고 더 많은 돈을 번다. 의 기본 구조가 탄탄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 업데이트로 추가된 지하감옥 같은 "플레이어들 간의 누적 성장치 경쟁"으로 초기화 되지 않는 자신의 강함을 랭킹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던전을 열심히 반복하면 환생 때마다 받는 열쇠로 봉식이의 초기화 되지 않는 성장 요소들이 강화되고, 이 성장 요소들로 지하 감옥의 플레이를 진행하기 때문에 환생의 의미가 더욱 배가된다. 그리고 지하감옥에서 얻는 주요 보상은 다시 환생 보상인 열쇠를 다량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던전과 감옥 양 컨텐츠 간의 자원 교환이 굉장히 직접적으로 순환되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촌스러운 제목, 레트로한 도트 그래픽, 주인공의 아재 개그로 점철된 컨셉, 심플하게 잘 정리된 게임 설계.

실제로 굉장한 이용율과 구매율까지 증명되고 있는 걸 보면, 모바일 인디 게임 중에 굉장히 독보적인 작품임에 분명한 것 같다.

 


온라인 부문

1. Final Fantasy XIV

(Square Enix)

올해는 작년 말에 시작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한 게 파이널 판타지 14 편 뿐이다. 그만큼 온라인 외 나머지 부문들인 오프라인/모바일/포터블 플레이에 매진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일단 이미 작년도에 Z's GOTY로 선정됐기 때문에 와우를 제하고 나면 유일한 타이틀이라 FFXIV를 후보로 올려두긴 했지만 올해는 온라인 부문 선정작이 없는 한 해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3 주 정도 플레이하긴 했지만, "내 캐릭터가 너무 예뻐서 사진만 찍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굉장한 장점 외에는 플레이 상에서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조닝 방식인 월드 구성의 아쉬움을 차치하더라도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네비 매쉬가 없어 이동이 불가능한 영역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점이나, 캐릭터의 기본 이동/점프/공격 등이 플레이어의 입력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 최초에 게임 패드 기반으로 만들어진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불편한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들, 중반에 굉장히 집중이 안되는 시나리오 진행 페이스 등 개인 감상만으로는 단점이 많아 "재미있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일단 30레벨 중반 정도에 중단했기 때문에, 어쩌면 만렙 찍고 레이드까지 돌고 서브 클래스들을 잔뜩 찍었다면 애정도가 달랐을까? 하는 의문은 남아있다.

하지만 장점이 없진 않다. 와우식 퀘스트 팔로잉 방식에 기반하면서도 길드워2식 퍼블릭 이벤트를 도입해 플레이어들을 적절하게 컨텐츠로 유입시키는 점이라거나, 역대 PC MMO에서는 접하지 못한 콘솔 방식의 채집/제작 시스템이 가진 깊이 등은 "온라인 게임으로서 FFXIV가 가진"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역시, 개인이 올해에 최고로 "재미있게 즐긴 게임"을 꼽는 것이 기준이라, 잘 만든 것과는 별개로 재미를 많이 느끼지 못해 애석하게도 선정작으로 꼽지 못하게 됐다.

 


오프라인 부문

1. Watch Dogs

(Ubisoft Montreal)

순전히 취향의 차이일 것 같지만, GTA5 보다도 재미있게 즐긴 작품이다.

일단 유일하게 직접 플레이한 "유비소프트식 대작 타이틀"이기 때문에 세간에서 지적하는 유비소프트의 자가증식이라는 단점을 느끼지 못한 점이나, 전에 GTA3; Vice City를 언급하면서 "지금의 GTA는 단일 게임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고 그 안의 컨텐츠들이 별개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감상 때문에 GTA 시리즈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일단 설정부터가 "자경단원"이기 때문에 도시의 온갖 범죄에 "굳이" 개입해 고나리질(...) 아니,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진행 방식에 이질감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해킹이라는 컨셉을 십분 활용한 월드 인터랙티브 컨텐츠들이나 그들에 대한 UI의 표현 방식, 그리고 GTA5보다 타이트하게 잡혀있는 기본 카메라 앵글과 이를 활용한 좀 더 멋지게 손질된 폼나는 캐릭터의 액션들, PS3 GTA5 기준으로는 월등하게 향상된 그래픽 표현 기술 등이 게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다만 확실히 컨텐츠들의 구성이 너무 고만고만한 일들을 지나치게 양산해서 맵 전체에 흩뿌려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단점으로 느껴진다.

완전히 별개의 온라인 모드를 구축한 GTA 온라인과는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그래도 기본 스탠드얼론 게임에 간헐적 "난입"으로 멀티 플레이를 발생시켜 플레이 자체를 환기시키는 기법은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2. MAD MAX (선정작)

(Avalanche Studios) 

올해 가장 재미있게 즐긴 오프라인 게임이다.

사실 올해에 개봉한 영화판 매드맥스와 바탕이 되는 세계 설정만 공유할 뿐, 인물들도 대부분 겹치지 않고 뻑적지근한 차량 전투씬 같은 연출적 요소도 적은 데다 GTA, 유비대작시리즈 등과 비교해 컨텐츠의 볼륨감 등이 적기 때문에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탄탄한 오픈월드의 구성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활용으로 극복한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Z's GOTY 2015로 선정한다.

보다 자세한 감상은 이전에 작성한 리뷰 링크로 대신한다.

[링크] 매우 효율적인 오픈 월드, 매드 맥스 (http://zerasionz.tistory.com/91)

 


3. Fallout 4

(Bethesda Game Studios)

사실 이 작품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폴아웃 시리즈라고는 매우 오래 전인 지난 세기말, 1편과 2편을 플레이 해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오랜 팬들은 3편이나 3편의 외전인 뉴 베가스와 비교하면서 4 편은 그래픽만 개선된 열화판 디자인이라고 실망하는 반응들을 많이 보였지만, 나는 3편과 뉴 베가스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도트 쿼터뷰의 전작이 풀 3D 고퀄리티 월드로 구현되고 그 곳을 리얼 타임으로 돌아다니는 경험 자체가 굉장하게 다가왔다. 흡사 도트 탑뷰의 GTA2를 하다가 풀 3D인 GTA3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맞먹을만한 충격이었다. 심지어 3D 멀미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공간에 대한 체감이 굉장해서 멀미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1~2편의 아이덴티티인 "다양한 루트의 진행"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이렇게도 저렇게도 진행을 할 수 있긴 한데.. 기술이 발전에 대한 역효과, 또는 디자이너의 의도 때문에 플레이어를 제약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졌다. 와치독스나 매드맥스는 메인 시나리오가 단일 루트로 진행되고, 나머지 컨텐츠들은 그야말로 맵에 흩뿌려진 느낌이라 강제성이 한없이 0에 수렴하는 데에 반해, 예전에 스카이림을 할 때도 느꼈지만 모든 시나리오들이 저마다 "내가 중요해 내가!"라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실제 시스템의 강제성이 없음에도 매우 어색한 강제성이 발동해 곤란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정작 시스템 상으로는 내가 진행하지 않으면 전혀 위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주제에 말이다.

실제로 빌드 자체를 스카이림 위에 얹었다는 여러 가지 증거 자료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게임의 전체 구조 자체가 스카이림의 판박이이고 정말이지 "스킨만 폴아웃 프랜차이즈인 스카이림"을 하는 느낌이라 플레이타임 40 시간을 넘기면서부터 빠르게 플레이 의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탑승형 기체로 멋지게 표현된,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도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파워 아머"의 매력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빠르게 이탈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말하자면, 파워 아머는 이 게임의 모든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을만큼 매력적이고 멋진 요소다. 플레이어가 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이나,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을 굉장히 잘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파워 아머이거나, 아무 것도 아니거나."

스팀 공식 기록 상 총 플레이 시간 49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태의 감상이다.

 


 

4. Batman: Arkham Knight

(Rocksteady Studios)

처남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PS4 타이틀. 처음 구동시켰을 때 굉장한 퀄리티의 고담 시티나 배트맨의 활공을 보는 것은 굉장히 고양되는 일이었다.

얼마 전 가마수트라의 전투 시스템 디자인에 대한 아티클에서도 다뤄졌듯이 아캄 시리즈의 근접 전투 시스템은 게임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굉장했다. 하지만 매우 애석하게도, 나는 정작 이 시스템의 원류인 아캄 시리즈보다 그 계승작들인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나 매드 맥스를 먼저 해버렸다. 그리고 그 두 작품은 전투를 아캄 시리즈보다도 더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게임들이었고, 아캄 시리즈는 "근접" 전투에 한해 놀라운 반격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적 보병들이 총기를 사용한다는 매우 불공정한 느낌의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르도르와 매드맥스를 먼저 접한 나는 너무 당연하게도, 맨손 전투를 하면 배트맨이 그야말로 킹왕짱 원펀맨 사이타마처럼 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큰 오산이었다. 배트맨은 총 앞에 한 없이 나약했고 나약했고 또 나약했다. 이래서 도저히 어떻게 고담 시를 지키겠다는 건지 믿기지 않을 만큼 나약하게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아캄 시리즈나 원작 배트맨 시리즈의 팬들이 "이건 우리의 배트 모빌이 아냐!"라고 오열했던 배트모빌 파트가 너무 훨씬 재미있을 정도로(사실 상대적이라기보다 그냥 배트모빌 조작이 취향에 맞았다) 배트맨 전투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비록 시간이 조금 지나서 배트맨은 근접영웅이라기보다 "서양식 닌자"에 가깝다는 걸 알게됐지만 이미 늦었다. 나에게 배트맨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니었고, 그나마 배트 모빌이나 배트 윙이 없다면 여느 온라인 짤에서 합성된 것처럼 "팝콘이나 먹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착오에서 비롯된 아쉬움일 뿐이며, 배트맨은 전투 영웅이기보다는 탐정에 가깝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에 많은 부분을 사건 탐색과 문제 해결에 할애하고 있으며 그 짜임새가 높다는 점은 이 게임의 큰 장점인 것이 분명하다.

아캄 나이트의 오픈 월드 방식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차차 병렬 컨텐츠가 하나씩 해금/추가 되는 방식인데 위의 폴아웃에서 말한 것처럼 다들 너무 중요해보여서 뭐가 메인이고 뭐가 서브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시스템 상으로는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순전히 플레이 감각적으로는 다 메인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선천적으로 극심한 선택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조금 플레이에 곤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쨌든 재미있고, 깊고, 흥미로운 진행을 가진 게임이지만.....

배트맨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나약하다.

(여담이지만 아캄 나이트를 플레이하면 할 수록 내년에 개봉할 영화 배트맨 vs 슈퍼맨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나약한 배트맨은 대체 뭘 믿고 우주최강의 존재에게 까부는 걸까....에 대한 거대한 의문이랄까.)

 


 

포터블 부문


1. Monster Hunter 4G

(Capcom)

PSP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던 몬스터헌터 포터블 시리즈의 정통 계승작이 NDS 진영으로 넘어오고 발매된 최근 작품.

새로운 무기도, 새로운 배경도, 새로운 몬스터도 잔뜩 추가되고, 기존의 몬스터들도 패턴이 대거 개편되고 엔드 컨텐츠 개념도 추가되었는데......

애매하다. 영원히 재미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몬스터 헌터의 재미가 애매해졌다.

게임이 몬스터와의 공방을 다루는 방식이 생각보다 많이 달라져있다. 더 이상 대전 액션처럼 몬스터의 공격을 예측/파악/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RPG류의 전투처럼 스테이터스 싸움처럼 느껴졌다. 이를테면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 맞지 않고 틈을 노려 때린다." 에서 "맞더라도 아프지 않을 방어력을 갖춘 다음 짱쎈 공격력을 밀어넣는다"로 넘어간 느낌. 그 만큼 몬스터들의 패턴이 기존의 사용자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려는 요량인지는 몰라도 빈틈없이 빼곡한 느낌으로 채워졌고 플레이어는 덕분에 노릴 수 있는 빈틈이 줄어들어 그냥 맞으면서 들이대는 방식이 되어간 느낌.

사실 전투가 너무 재미있어서 나머지 불편하거나 아쉬운 부분들을 다 제쳐두고 그저 맹목적으로 호감을 표하던 작품이었는데 그 핵심인 전투가 애매해지니까 다른 부분들의 불편에 눈이 많이 가게 된다. 일단 NDS...라서 쥐기부터 불편하다. 솔직히 어른들의 사정 같은 거 모르겠고 PSVita로 나와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눈물을 훔친다)

대형종 락온타겟과 오토 타게팅은 비정상적인 몬헌그립을 깨부실만큼 최고의 인터페이스라고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외에 대부분을 "시작 메뉴 리스트"에 의존하는 전투 중의 인터페이스 조작은 제발 어떤 방식으로라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이들과 같이 할 때 최고의 재미가 발휘되는 게임이지만, 포터블 3편은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가더라도 홀로 꿋꿋이 랜스를 들고 암흑룡까지 기어이 잡아낼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은 돈도르마에 도착해서 사막의 다이묘자자미까지 잡고 플레이 자체가 정지된 상태.

잠들어있는 헌터 본능이 다시 깨어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2. 오오에도 Black Smith

(Nippon Ichi Software) 

처음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대장장이가 여생을 유곽에서 보내는 게임"이라고 알려져서 호기심이 동했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접했을 때는, 선정성보다는 다루는 소재의 무게 자체가 성인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시한부라는 설정 덕분에 주인공이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는 태도라거나 유곽에 소속된 유녀로서 사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는 방식 등이 가볍지 않아 좋았다.(이 부분은 같은 회사의 발매 예정작인 "용사 죽다"라는 작품에서 다시 한 번 깊게 다뤄질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소재 외에 게임으로서의 오오에도 역시 나쁘지 않다는 개인적인 소감이다. 일단 미니 게임으로 구성된 강화 파트의 현실 모사는 꽤나 재미있는 요소다. 재료를 조합해 만든 무기를 가열로에 달궜다가 망치로 때려 다시 냉각수에 넣고 담금질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다. 그리고 순전히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강화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익숙해지고 나면 초반부터 모든 무기를 최상의 상태로 강화할 수 있어 진행이 수월해진다.

그리고 재료를 입수하기 위한 탐색 파트는 쯔꾸르식 RPG 방식을 차용했는데 복잡한 공방의 요소나 흔히 사용하는 속성/스테이터스 등의 요소를 깔끔하게 덜어내고 공격력과 사기로 통폐합한 단순한 매력을 자랑한다. 주인공은 대장장이라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고 대동한 호위 무사들만 전투를 치르게 되는데, 공격력은 각 무사별 공격력, 사기는 일행 전체의 통합된 생명력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사기는 단지 생명력이 아닌, 탐색 파트 전체의 스테미너의 역할을 겸하게 되는데 이동/채굴 등의 행동에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덕분에 전투도 거시적으로는 탐색 파트의 액션들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전투가 게임의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요소들을 덜어내거나 통합하는 것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임의 백미인 유곽 파트는 PSVita의 "터치"를 전면적으로 활용한다. Live2D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움직임을 활용하고 있는데, 유녀의 신체를 터치하면 꽤나 다이나믹하게 반응하며 움직이는 것이 꽤나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적절한 터치로 하트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후희로 넘어가고, 후희는 "문지르기"를 사용하게 된다. 당췌 무슨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희 단계의 이미지를 문지르면 외투가 지워지고 고쟁이?같은 속옷이 보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자극적이라기보다는 복권 긁는 느낌이 들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유곽에 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 무기를 만들고 강화해 팔아서 돈을 번다. -> 무기를 만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던전 탐색을 한다. 라는 세 파트의 구성이 심플하게 정리되어 있고 유곽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 편 매 입장 때마다 열흘 안에 다음 방문을 해야하는 약간의 시간 제한까지 존재해 안그래도 1년 밖에 못 사는 시한부 대장장이의 삶을 더더욱 재촉하게 된다. (응?!)

게임의 볼륨이나 터치 활용 등을 감안하면 사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정작 모바일이라면 적어도 우리나라 앱스토어에서는 심의 제한으로 발매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 Plus ~황혼의 연금술사~

(GUST) 

XONiC이 없었다면 선정작으로 점지되어 있던 비운의 명작.

아주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오던 "되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게임 아틀리에 시리즈"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시리즈 최초로 게다가 무려 PSVita용 타이틀로 한국어 지원을 해준 덕분에 덥썩 구입했다.

일러스트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의 미려한 카툰렌더링도,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 음악들도 아름답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기가 매우 좋다. 플레이하는 내내 주인공으로 선택했던 로지와의 동일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진짜 저 세계에 살았을 법한 연금술사가 된 기분. 아주 어릴 적 "마법사가 되는 방법"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느꼈던 "마치 무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주인공의 꿈을 이루는 후반부에 갈 때에는, "누군가가 되고, 그 누군가의 꿈을 같이 이루는 희열"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한 심리적 만족감을 느꼈었다.

다만 전투 파트가 예상 외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피로도가 높아서 개인적으로는 단점으로 꼽게 된다. 물론 궁극의 물품들을 연성해서 들고 다니면 모든 몬스터-심지어 최강의 보스조차도!- 한 턴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단계까지는 플레이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원채 유명한 이 시리즈 전통의 연금술 시스템에 대한 감상은 이 블로그의 다른 글 링크로 대체하도록 한다.

[링크] 아틀리에의 꽃, 연금술 훑어 보기 (http://zerasionz.tistory.com/89)

 


4. SUPERBEAT:XONiC (선정작)

(NURIJOY) 

Ez2Dj 를 Z'GOTY에 꼽을 정도로 리듬액션을 좋아한다. 비록 잘하진 못해도 말이다.

최근에는 신작 리듬 게임들이 대체로 모바일 플랫폼으로 발매되어 온 탓에 그 쪽 작품들을 많이 플레이했지만, 마찬가지로 리듬게이머인 아내와 늘 하는 푸념인 "터치로 하는 리듬 게임은 누르는 맛이 없어"가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 매우 애정하는 소니 진영에서, 그리고 모 커뮤니티 등지에서 고인 능욕을 받는 PSVita 타이틀로 전혀 처음 보는 프랜차이즈의 리듬 게임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관련 영상이 보여 눌러봤는데 신세계가 펼쳐졌다.


[영상] SUPERBEAT:XONiC 플레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tx0pLuA22M)


이것은 그야말로 Vita에 의한! Vita의! Vita만을 위한! 리듬 게임이었던 것이다!

일단 중앙에서 터널처럼 확장되면서 접근하는 괄호()형 노트가 굉장히 신선했고, 세 쌍의 버튼과 좌우 아날로그 스틱 한 쌍, 그리고 DJMAX 최상급 코스에서 사용되던 L/R 한 쌍까지 PSVita의 입력장치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후면 터치 패드 같은 건 없다고 치치는 것....) 심지어 L/R을 제외한 모든 입력이 실제 화면 터치로도 된다는 부분 역시 매력적으로 보였다.(물론 쓰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곡들의 구성이나 각 곡들의 매력, 노트의 쫄깃함(?)까지 간만에 제대로 된 리듬 게임을 만난 기분이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몹시 흥분된 상태이다. 나중에 굉장히 좋아하는 esti 님께서 사운드 디렉팅을 해주셨다는 사실을 알게되니 게임의 매력 한 층 더해졌다.

요즘의 목표는 글로벌 100 위 권 이내 랭킹에 진입해 두 자리 수 랭커가 되는 것.

실력 좋은 리듬게이머인 동료 개발자 한 분이 집에 놀러왔을 때 자신이 글로벌 두 자리 수 랭커임을 인증(자랑)한 다음부터 생긴 목표다. 덕분에 보통 포터블 게임은 출퇴근 할 때만 했었는데 요즘은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도 하고 집에서 자기 전에도 하고 그야말로 틈나는대로 붙잡고 즐기고 있다.

Aㅏ.. 포스팅 빨리 끝내고 쏘닉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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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여기서 갑작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올해도 꽤 많은 인상적인 작품들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게이머로서 기쁜 한 해가 됐던 것 같다. 부문 별로 어떤 작품을 선정해야 하나 고민이 매우 깊었는데 그만큼 알찬 경험이 많았다고 생각하면 꽤 행복한 고민이었던 게 아닐까.

이전에는 순전히 시장의 흐름에 따라 선정작들이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고 여러 가지 요인들로 게임에 들일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줄어들면서 점점 플레이 패턴이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 선정작들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목표는 죽을 때까지 게이머로 살다가 가는 것인데 언제까지 어떤 게임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그렇게 까지 먼 미래를 생각하는 취미가 없기도 해서, 당장은 내년에 어떤 게임이 나오고 또 그 중에 얼마나 내가 즐기게 될 지를 기대하는 정도지만. (오버워치..! 오버 워치를 매우 할 것이다...! 와우 레기온...! 레기온도 매우 할 것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Z' GOTY 공식 마무리 멘트로 끝을 맺어볼까 한다.

 

"2015년, 여러분의 GOTY는 무엇이었나요?"



이 글은 2015.12.24 작성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원문 링크: http://zerasionz.tistory.com/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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